문학 깊고 오래된 상처. 흰밥에 게장 2008. 4. 29. 22:16 깊고 오래된 상처 - 김 나영 - 1 어릴 적, 넘어진 무릎에 딱지가 앉기 시작하면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딱지를 뜯었다. 팽팽한 새 살을 이불처럼 끌어당기던 상처가 내 손톱 밑에서 다시 피를 흘리며 더디게 더디게 아물어 갔다. 심심한 날에 놀이감이 되어 주었던 상처, 꼬들꼬들 굳어가던 딱지 밑, 아픔과 간지러움 사이에 숨죽이고 있던 상처의 묘한 쾌감을 몰래 꺼내서 가끔씩 맛보았다. 2 몸은 상처의 온실. 씀바귀 홀씨 같은 상처가 내 몸으로 날아온다. 갈비뼈 사이에 실뿌리를 내리던 상처가, 뿌리혹 박테리아처럼 번식하던 상처의 뿌리가, 내 피를 빨아먹으며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상처가 내 몸을 먹여 살리고 있구나. 내 몸은 상처의 텃밭이었구나. 아프고 근질근질한, 아물지 않는, 나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 깊고 오래된 상처가 쾌감도 주지 않고 온 몸을 칭칭 옭아맨다. 3 죽은 몸에는 상처가 둥지를 틀지 않는다. 내가 살아있어 내 슬픔도 푸들푸들 살아 있다. 상처가 남긴 슬픔의 노래를 부르며 내 삶을 변주한다. 슬픔의 힘으로 나를 민다. 손톱 밑이 아리다. x-text/html; charset=iso-8859-1" showstatusbar="1" volume="0" loop="1" autostart="true" EnableContextMenu="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