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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곡 대황강 코스모스 / 오래된 정원

흰밥에 게장 2009. 8. 26. 21:21

 

 

오래된 정원/ 장 석남


나는 오래된 정원 하나 갖고 있었지

삶을 상처라고 가르치는 정원은

밤 낮 없이 낭자 했어

더 이상은 아물지도 않았지


시간을 발밑에 묻고 있는 꽃나무와

이마 환하고 그림자 긴 바윗돌의 인사를 보며

나는 그곳으로 들어서곤 했지


무성한 빗방울 지나갈 땐

커다란 손바닥이 정원의 어느 곳에서부턴가 자라나와

정원위에 펼치던 것 나는 내

가슴에 숨어서 보곤 했지 왜 그랬을까


새들이 날아가면 공중엔 길이 났어

새보단 내겐 공중의 길이 더 선명 했어

어디에 닿을지


별은 받침대도 없이 뜨곤 했지

내가 저별을 보기 까지

수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나는

떡갈나무의 번역으로도 읽고

강아지풀의 번역으로도 읽었지


물방울이 맺힌걸 보면

빛들은 물방울을 안고 흩어지곤 했지 그러면

몸이 아프고 아픔은 침묵이 그립고

내 오래된 정원은 침묵에 쌓여

고스란히 다른 세상으로 갔지


그곳이 어디인지는 삶이 상처라고

길을 나서는 모든 아픔과 아픔의 추억과

저 녹슨 풍향계만이 알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