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고향 벌교에 가면 / 受天 김용오 걸음이 빗길에 미끄러져 다시 일어서기를 거기에 가면 곰방대를 길게 물고 한 시름을 하얀 구름을 만들어 후하고 품어 내시는 수염이 열자인 할아버지가 있고, 비릿한 바닷바람이 코끝에 불어오고 멀리 기적소리 실개천을 휘돌아 오면 그 옆에서는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얼룩무늬 염소와 송아지가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살가운 모습이고 그 옆에서는 뒷집 경순 누부야 냉이며 달래를 캐고, 싸리문 울타리 넘어 집에는 따스한 햇살에 벙그레 입을 열고서 두 척의 키에 우뚝 서 있는 세 놈의 우애 깊은 형제들의 미끄덩한 장독대를 봐야하고 그 밑에서는 찰방찰방 연분홍의 풋 가슴을 열어놓고 부끄럽지 않은지 옆집의 순자오기를 기다리는 봉선화가 살뜰 비틀 춤을 추고 있고 황토마당 한쪽에서 꼬꼬댁 닭을 쫒는 끙끙 이는 삽살개를 봐야 하고 하얀 서리꽃이 필 때면 초가집 지붕 푸른 떡잎에 아빠 달 엄마 달 애기 달들 한 가족이 하늘에서 내려와 올망졸망 둘러 앉아 두런두런 무엇인가 얘기꽃을 피우고,,,, 아! 거기에 가면. 출처 : 당신이 머문자리는 아름답습니다 글쓴이 : 수천 김용오 원글보기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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